어라랏?하는 사이에 개봉 영화는 상영관에서 내려갑니다. 재미있는 영화라던데, 좋은 영화라던데 주위에서 좋은 평을 들었지만 이래 저래 시간이 안 맞아 보지 못하는 영화가 인생에서 몇 편이나 될까요? 그럴 때에는 QOOK의 VOD 상영관이 유용하답니다;)
영화는 시나리오를 기초로 만들어집니다. 그렇다면 그 시나리오는 무엇을 기초로 해서 만들어질까요?
OSMU. One Source Multi Use의 약자로, 인기가 있고 검증된 컨텐츠는 다양한 형태로 재생산됩니다. 그 중 하나가 영화입니다. 원작이 재미있고 잘 짜여져있다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은 편합니다. 그런데 그 원작이 훌륭하다 못해 너무나 많은 팬이 있다면, 오히려 시나리오 작가들은 원작의 느낌을 잘 살려야한다는 부담감에 눌리게 됩니다.
영화 '반지의 제왕'의 원작은, 영미권에서는 너무나 유명한 판타지 소설입니다. 저도 어릴 때에 읽었습니다만, 그 방대한 세계관이나 묘사가 머리 속에서 쉽게 형태를 갖추지 못했습니다. 소설을 읽고 유명한 작가들이 그린 소설의 삽화도 봤습니다만, 전체의 느낌이 쉽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3부작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지금까지 아련하게만 느껴지던 '중간계'가 생생한 형태로 눈 앞에 묘사되었습니다. 보는 내내 '저 내용이 저렇게 표현되는구나~'라고 계속 감탄하며, 기분좋게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그러고보니 영화 버전 이외에 DVD로 출시된 감독 편집 버전은 더 길고 더 자세하다던데 아직 못 봤습니다. 빨리 시간을 내서 한 번 봐야겠습니다.
영화 '300'의 원작 역시 유명한 만화입니다. 이번에는 영화를 먼저 보고, 원작 만화를 봤습니다. 영화 '300'은 내용이나 그 전개에서 호불호가 갈릴 지언정 액션의 묘사 하나만은 누가 뭐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잘 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아직까지 아드레날린의 수치를 제어하지 못하면서 원작 만화를 읽어보니 마치 방금 전 보고 온 영화의 콘티를 보는, 즉 영화와 원작의 갭이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즉, 원작의 강렬한 묘사를 영화라는 형태로 잘 옮긴 것입니다. 그때부터 감독 잭 스나이더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영화 '왓치맨'입니다. 전작 '300'으로 인해 강렬한 액션에 대한 기대와 함께, 원작에 대해 잘 해석한다는 점에 주목하며 영화 개봉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회사 일 등으로 인해 영화관 방문이 좀 늦어졌습니다. 그 사이 여러 사람들의 리뷰가 올라와 조금씩 읽어봤는데 '도통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 '길기만 길다', '그냥 만화같다' 등의 평이 많았습니다. 그로 인해 머뭇가리는 사이에-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겹쳤겠지만-, 뒤늦게 제가 영화관에 갔을 때는 이미 왓치맨은 내려가버렸습니다. 그래서 혀를 끌끌 차며, 영화 관람 대신 원작 만화를 서점에서 주문했습니다.
영미권에서 만화는 'comic'이라고 불리웁니다. 그런데 왓치맨의 경우는 'graphic novel'이라고 정의합니다. 2권으로 구성된 원작 만화는 두꺼울 뿐만 아니라 그림의 묘사보다도 더 세밀하게 만화 속의 이런 저런 이야기들에 두툼하게 살을 붙여놨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창작물 사이에는 서열이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왓치맨이 comic 대신 graphic novel 즉 그림의 묘사가 첨부된 소설임을 주장하기에는 별무리가 없었습니다. 정말이지 그 두꺼운 만화책을 한 번에 다 읽고는 엔딩에 소스라치게 놀라 재독했습니다.
원작 만화를 재독에 삼독까지 하고 나자, 영화가 원작을 어떻게 해석했을 지 정말 정말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QOOK을 이용하여 왓치맨을 천천히 'watch'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영화는 원작을 거의 그대로 보여줍니다. 원작 자체가 너무나도 유명하지만 여타의 소설과 달리 잘 묘사된 그림까지 대량으로 같이 있다보니, 구성에 대한 고민이 거의 없이 원작 그대로 옮기기만 해도 좋은 작품이 나올 것은 명약관화합니다. 단 이것은 양날의 칼입니다. 원작을 재미있게 읽은 사람 처지에서는 재해석이 너무나 부족할 수 있고 원작을 못 읽은 사람 처지에서는 도통 무슨 소린지 알 수가 없습니다.
영화의 감독 잭 스나이더는 아무래도 전자를 택한 듯합니다. 감독의 입장에서는 많이 억울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원작을 영화화하면서 원작 안의 길고 긴 보고서 혹은 인터뷰의 형태로 구성된 각종 서브텍스트를 나름 잘 묘사했으며, 특히 오프닝의 경우 몇 번을 다시 돌려봐도 심심하지 않을 정도로 원작의 배경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잘 함축해놨습니다. 게다가 원작의 엔딩보다 조금은 더 잘 이해가 되는 엔딩 연출은 고개를 끄덕이게 합니다.
하지만 영화가 원작 팬만을 상대로 만드는 서비스만은 아닙니다. 결국 감독의 정성은 원작을 보지 못한 관객에게는 너무나 냉혹한 배려가 되었고, 원작을 본 관객들마저도 '원작과 다른 점이 뭐지?'라는 평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점들로 인해 영화에 대해 좋지 않은 평들이 난무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만, 원작의 팬 입장에서 이 정도로 잘 만든 영화가 묻히는 것이 많이 아쉽습니다.
이런 왓치맨을 누가 보냐고요?(Who watches the watchmen?) 바로 당신입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꼭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PS) 물론 원작 만화까지 같이 보시면 더욱 더 좋으실 것입니다. 사실 영화만 놓고 보면 어려운 장면이 너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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